텃밭에서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는 씨앗이나 비료가 아니라 흙의 물리성과 시비(비료 주기) 순서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흙이 좋아 보이지만, 통기성·보수력·배수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고, 비료를 아무리 보태도 흡수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초보자분들도 그대로 따라 하실 수 있도록 ①흙 배합의 기본 비율, ②작물군별 추천 배합, ③기비·추비의 안전 혼합법, ④혼용 금지&안전 수칙을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복잡한 공식 없이 ‘계량컵과 고무대야’만 있으면 바로 실천하실 수 있게 구성했으며, 가정 텃밭·베란다 상자·소형 온상 모두에 적용됩니다.

좋은 흙의 기준은 배수·보수·통기 ‘세 다리’입니다
좋은 배합토의 기준은 어렵지 않습니다. 손에 쥐었을 때 뭉쳤다가 살짝 흔들면 고슬고슬 풀어지고, 물을 주면 겉흙이 빠르게 젖되 화분 바닥으로 물이 막힘 없이 빠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수(물이 잘 빠짐), 보수(적당히 머금음), 통기(뿌리에 산소 공급)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배수를 담당하는 재료는 주로 펄라이트(용암사, 흰 알갱이)와 굵은 마사이며, 보수와 양분 저장을 돕는 재료는 피트모스·코코피트·버미큘라이트입니다. 통기성은 부숙퇴비와 바이오차(훈탄)가 도와줍니다. 여기에 석회로 pH를 6.0~6.8 범위로 맞춰주면 대부분의 채소가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반대로 점토 비율이 높아 물이 고이거나, 모래만 많아 물이 지나치게 빨리 빠지는 경우는 실패 확률이 큽니다. 그러므로 처음 만들 때부터 재료의 역할을 이해하고, 무겁게 느껴지면 배수재를 10% 늘리고, 너무 가볍고 빨리 마르면 유기물(부숙퇴비·코코피트)을 10% 추가하는 ‘미세 조정’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알면 어떤 상자든, 어떤 계절이든 응용이 가능해집니다.
작물군별 흙 배합과 비료 혼합 ‘정답 비율’
1) 기본 배합(대부분 채소 공용)
· 상토(시판 배양토) 60% + 부숙퇴비 20% + 펄라이트 10% + 버미큘라이트 10%
→ 처음 텃밭을 여실 때 가장 안정적인 조합입니다. 배수/보수 균형이 좋아 거의 모든 잎채소·열매채소의 육묘·정식에 무난합니다.
2) 열매채소(고추·토마토·오이 등)
· 상토 50% + 부숙퇴비 25% + 펄라이트 15% + 버미큘라이트 10% (+ 선택: 훈탄 3~5%)
→ 결실기 뿌리 호흡이 중요하므로 배수를 조금 더 높입니다. 훈탄은 양분 완충과 미생물 활성에 도움을 줍니다.
3) 잎채소(상추·시금치·쑥갓 등)
· 상토 55% + 부숙퇴비 25% + 버미큘라이트 15% + 펄라이트 5%
→ 물을 자주 주는 작물군이라 보수력을 조금 높이고, 질소 과다를 피하려면 퇴비는 완숙만 사용합니다.
4) 뿌리채소(무·당근·비트)
· 상토 50% + 부숙퇴비 15% + 마사/모래 20% + 펄라이트 15%
→ 뿌리가 곧게 뻗어야 하므로 미세한 굳은 덩어리(석비레·큰 퇴비 조각)를 반드시 체로 걸러주세요. 인산이 너무 많으면 분지(갈래뿌리)가 생깁니다.
5) 허브·다년초(로즈마리·타임 등)
· 상토 40% + 마사 30% + 펄라이트 20% + 부숙퇴비 10%
→ 과습에 약하므로 ‘매우 건조한 배수형’으로 갑니다. 겨울 실내라면 물 주기 간격을 늘리고, 표토가 완전히 마른 뒤 관수하세요.
비료 혼합(기비/추비) 안전 공식
· 기비(정식 전) : 완숙퇴비 2~3L + 유기질복합비료(N-P-K 5-5-5 내외) 30~40g/10L 배합토 + 석회 5~10g(필요 시)
· 추비(생육 중) : 열매채소는 개화 전 인산/칼리 비중을 1:2 정도로, 잎채소는 질소 비중을 조금 올립니다(단, 과하면 연약해짐).
· 물비료 : 액비는 라벨 희석배수의 1/2로 시작해 반응을 본 뒤 주 1회로 늘립니다. 과다 급여는 염류집적의 지름길입니다.
혼용 금지 & 주의사항
· 석회와 요소·황산암모늄 동시 살포 금지(질소가스 손실).
· 인산계 비료와 석회 동시 투입 금지(불용화 위험 → 시차 7일).
· 퇴비는 반드시 완숙만 사용(덜 익으면 가스·열로 뿌리 손상).
· 염류 누적이 의심되면 관수로 씻어내기(담수→배수 2회) 후 비료를 보충하세요.
흙은 ‘한 번에 완벽’이 아니라 ‘작은 조정의 반복’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배합을 만들려 하기보다, 계절과 작물 반응에 맞춰 10%씩 미세 조정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물이 고이면 펄라이트·마사를 10% 늘리고, 너무 빨리 마르면 부숙퇴비·코코피트를 10% 보태면 됩니다. 시비는 ‘많이’보다 ‘때에 맞게’가 정답입니다. 정식 전에는 약한 기비로 뿌리 활착을 돕고, 생육이 안정되면 소량 다회 추비로 체력을 보태 주세요. 한 달에 한 번 pH 테스트 스트립으로 산도를 점검하고, 염류가 쌓였다 싶으면 맑은 물로 흠뻑 적신 뒤 완전히 배수시켜 토양을 리셋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장을 만들어 배합 비율·관수 간격·시비 날짜·작물 반응을 남기시면 다음 시즌의 실패 요인이 눈에 보입니다. 흙은 정직합니다. 오늘의 작은 조정이 한 달 뒤 뿌리와 잎에서 그대로 답을 보여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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